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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4

오늘 버스에서 본 비때문에 차창이 뿌옇게 흐렸다. 밖이 안보이니 도로 앞으로 고개를 돌렸다 흐린 창문너머로 버스를 타려 줄서있던 여학생이 들어오고 있었다. 화사하다. 밖에 비가 이렇게 많이 내리면 기분이 축 처질 법 한데도 그녀의 얼굴은 생기발랄했다 그녀는 내 앞에 좌석, 그러니까 뒷 문 바로 뒤의 좌석에 앉았다. 앉자마자 손바닥으로 차창을 슥슥 문질러 닦았다. 그녀의 단발머리마저 발랄했다 2015. 12. 14.
오늘도 그녀 유리문을 당기고 들어갔다. 인사하는 알바 얼굴을 쳐다보았다. 긴 생머리에 화장기 없는 얼굴이 앳되어보인다. 사장님 따님인가? 나는 생필품코너로 천천히 걸었다. 생리대 탐폰만 잔뜩이지 화장솜은 보이질 않는다. 없나? 진짜 없나?... ..그래서 학교는 잘다니고? 네. 하하.. 아는 사람인가? 굳이 남의 대화를 들으려한건 아니고 편의점이 조용해서 들린거다. 알바 대답이 영 시원찮아서 친한 사람은 아닌가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알바에게 말을 거는 남자는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자였다. 어딘가 형형한 눈을 하고,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좋은사람이란 인식이 안들었다. 라면보다는 알바에게 더 관심이 깊어보였다. 질문이 연이어진다. 하두 코를 풀어서 코가 빨갛다느니 어쩌니... 알바도 참 피곤하겠구나 했다. 둘만있.. 2015. 11. 1.
오늘의 그녀 그녀는 동그랗고 작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묘사하면 작고 아담한 사이즈가 연상되기 쉽상인데, 그녀는 대한민국 평균 키인 나보다도 오센티 크다. 그녀는 목이 길다. 아까 들어간 옷가게에서 와인색 롱코트를 걸친 그녀의 목은 무척 길었다. 내가 원하는 길쭉한 다리를 가지고 있다. 난 그녀의 청바지 핏을 보며 속으로 부러워했다. 2015. 11. 1.
하루에 한번씩 기억나는 사람들을 묘사해 보기로 했다. 음 오늘은. 걔로 하자. 교수가 강의실로 들어섰다. 수업이 막 시작될 참에, 앞문이 열리며 여학생이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그녀가 칠판을 보고 있던 내 시야안으로 들어왔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저 하나의 배경에 불과했다. 다만 백팩에 시선이 끌렸다. 그 여학생은 등에 보라색이었나? 어두운 갈색? 뻥좀 보태서 자기 절반만한 백팩을 짊어지고 있었다. 나는 흥미를 잃고 다시 칠판에 집중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저 하나의 배경에 불과했다. 자리에 앉은 그 애가 가방을 옆으로 내려놓는 순간 한줌에 잡힐듯 가느다란 허리와 가냘픈 팔뚝이 드러났다. 몸에 타이트하게 붙는 검은 니트에 잔꽃무늬가 있는 갈색 치마를 입은 그애에게서 이제 막 들어선 가을의 정취가 물씬풍겼다. 2015.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