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대에 누워있다. 아까부터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건 부드럽고 푹신한 시트가 층층이 쌓인 달콤한 케이크다. 케이크 먹고싶다. 훌륭한 퀄리티의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서 아낌없이 먹어치우고 싶다! 하지만 혼자서 익숙지 않은 카페를 찾아 멀리 나가기는 영 귀찮다. 친구에게 넌지시 카톡으로 운을 띄운다. "케이크 먹고싶다." "카페갈래?" 연락할 사람이 늘 만나는 이 친구밖에 없다. 그러고 한 두시간 있다가 전화가 와서 받았다. 속으로 저녁에 카페라도 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대화하면서 이상함을 느꼈다. "나 지금 서울왔어! 데이트 하는 중" 분명 대전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애는 그새 서울에 있었던 것이다. (이 친구는 서울에서 일을 다니고 있고 본가가 대전이라서 자주 왔다갔다 한다) 최근에 코로나 때문에 계속 대전에서 나랑 놀아줘서 그게 너무 익숙했던 거지. 아무튼 약간 충격을 먹었다. 그전까지 다정한 동네였던 대전이 텅 빈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그 후로도 친구는 어느 날은 서울에, 어느 날은 대전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고있다. 나는 연락을 해서 물어보지 않는 한 얘가 서울에 있는지 대전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덕분에 좋은 점은 친구가 대전에 없어도 대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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