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 먹은 것도 없는데 나와도 뭐 이런게 나오냐.
아침으로 먹은게 없는데 뭘 쓰라는 거야...굉장히 부당한 요구를 받은 사람처럼 억울함에 눈시울이 무거워졌다.
내가 한 생각도 존나게 어이없었다. '그래 까짓거 상상해서 쓰면되지. 푸드칼럼에서 본 맛있는 단어들 있잖아. 단호박 샐러드, 버터를 곁들여 잘 구워낸 옥수수수프, 근데 그건 거기까지고 흉내내서 쓰는 것 같아서 싫어. 그래 사람을 먹었다고 뻥을 치는 건 어떨까? 사람. 미쳤군 그런거 노래가사로 썼다가 욕먹은 가수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서 거부감이 들었다. 왜 한니발같은 우아한 식인마도 있잖아...그사람은 인기 많어...아무튼 그냥 둘다 집어치우자.'
왜 사람을 떠올렸을까. 사람. 먹어치우고 싶은 사람이 있나?
최근에 계속 이유없이 힘들고 진빠지고 힘들기는 했다. (이게 지금 아침식사를 주제를 가지고 쓰는 글인지 일기인지 하소연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모르겟다 그냥 지금은 존나게 이유없이...우울한거같다.
우울해우울해우울해우울해
이파리끝이 노란 관엽식물. 갈색 벽돌, 줄이 길게 늘어진 조도가 낮은, 펜던트의 주황 불빛. 녹색 화초들에 둘러쌓인 6인용 나무 테이블. 들쭉날쭉 놓여진 각기 다른 모양의 의자. 늘어진 흰천. 검은색 페인트칠을 한 테이블. 휴지 뭉치. 벽돌위로 드리운 그림자. 옆 칸에서 간간히 들리는 식기 달그락이는 소리. 생기있는 목소리. 웃음소리.
웃음소리....
오늘 하루 제일 기분이 희망차고 밝았던 순간이 아까 세모랑 전화할 때 였던걸 생각해보니 아마 난 지금 인간이 고픈가보다.
음 앞자리에 한 무리가 들어왔다. 그 들 중 누군가의 생일인가 보다. 코속으로 성냥개비 타는 매퀘한 냄새가 스쳐지나간다. 그들은 즐겁게 떠들며, 사진을 찍고있다. 사진을 찍고있다. 사진...
맞다 어제 꿈꿨던거 생각난다.
무서운 꿈을 꿨었는데
이런거 썼다가 괜히 무서운 기억만 장기기억되는거 아니야?
엄마가 예전에 살던집에서 가장 좁은 내 방에 이불을 덮고 등을 돌린 채 누워계셨고 나는 그런 엄마가 아프다고 생각했는지 걱정스런 맘으로 물었다. 엄마 괜찮아? 엄마에게서 약한 목소리로 대답이 돌아왔다. 응...근데 못보던 인형이 있어.
뭐 그후로는 내가 정체모를 공포에 사로잡혀서 엄마를 지켜야해! 라는 생각으로 가위에서 깨기위해 꺼져!! 저리 안꺼져!!쌍욕을 하는 장면이었다 그게 좀 이어지다가 깬듯? 깨고 약간 무서워서 베란다 불 켜고 잤다. 근데 웃긴게 베란다 불 켜놓고 잠들기 직전에 '베란다로 사람이 침입해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런 불안감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참내...암튼 도중에 깨서 베란다 불끄고 잤다. 음 오늘 몇시에 집 들어가지 왠지 지금 이 두근거리는 기분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아쉬벌 이거 카페인때문인가? 슬슬 집에 갈까. (어느새 카페 안이 사람들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