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야, 이걸 지냐
어이가 없네...
아영은 자기 전에 핸드폰게임을 했다. 요즘 핸드폰게임은 자원이라는게 필요한데 그 자원은 소모하고서 차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기 때문에 자기전에 다 써놓고 자려는 것이다. 아무튼 조금만 하고 자려고했는데 시곗바늘이 이미 4시반을 달리고 있다. 오늘도 일찍 자긴 글렀다.
아 눈아퍼, 손에서 핸드폰을 내팽개치고 휙 몸을 돌렸다. 부들부들 보드라운 이불을 온몸에 칭칭 감고 웅크렸다. 이순간이 최고의 순간이었다. 이 서늘하면서도 부드러운 감촉. 오늘도 아무것도 안했다는 죄책감이 머리속을 스쳐갔지만 하루이틀일도 아니고 뭐. 괜찮아 고통은 내일의 내가 짊어질거야...
잠자리에 누워 눈을 붙이기전 문득 지금이 5월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어둠속에서 눈을 꿈뻑이며 날짜를 곱씹었다. 5월, 5월이면 6,7,8,9,...벌써 반은 지나간거야?
말도안돼...
난 지난 5개월간 뭐했지? 1개월씩 쪼개서 생각해보자. 놀고, 놀고, 놀고, 놀고, 놀았네.
놀았는데 생산적으로 논것도 아냐. 현질하느라 지갑만 얇아졌어.
그럼 뭐했어? 야 너...뭐했어 진짜?
웅...오개월동안 몸만 축낸것같아 밤새서 충혈된 눈으로 겜보고 야동보고 온갖 욕구는 다푸느라...
어쩐지 허리도 아프고 팔다리도 저리고 눈도 건조해, 피부상태도 아주 개판이야.
새삼 밀려드는 현실감각에 빠져 멘붕에 빠진 사이 지영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핀잔을 줬다.
지영은 항상 아영을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년의 눈에는 언니에 대한 일말의 존경이라곤 찾아볼 수 가 없다. 가끔 자신한테 개기는 동생을 보면 울컥했지만 지영은 깡다구가 쎈 아영이 무서웠기에 속으로만 욕했다.
그래 이제 좀 공부도 하고 사람답게 살아야지 너 미래가 완전 어두워 암흑이야 깜깜해 천길 낭떠러지야 너 부모님께 평생 짐만 되다 죽을 참이야? 이 쓰레기야? 어?
경고했다 너. 감당하지 못할 짓 그만둬.
아영은 아무말도 못하고 시무룩해졌다. 너무 살벌하게 노려보는 통에 고개를 들 엄두조차 못냈다.